사법부의 기능 중지와 전자적인 사법 접근성

이주연 판사

이주연 판사는 대한민국 수원지방법원의 판사이다 . 이 사설 모음에 수록된 모든 의견들은 외부 전문가들인 각 저자들의 의견이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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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가 재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허락되어야 할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이 시대에서 가치의 충돌을 드러내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재판으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면, 사법부를 향한 공적 신뢰는 훼손될 수 있다. 만약 판사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행동이 판사의 생명이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면, 이는 판사가 가진 의무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반면, 시의적절한 사법부의 기능 행사가 여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방갈로어 법관행동준칙에 따르면, 판사는 사법적 의무를 합리적인 신속성을 가지고 이행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강제적인 전체 봉쇄 대신 고위험 집단에게만 자가 격리의무를 부과하였다. 이를 위반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위반자에 대하여 합리적인 정도에서 신속한 재판을 하는 것은 대중에게 위반의 결과를 알려 일반예방효과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사법부는 정부의 긴급 조치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적절한지 심사하여야 한다.

이 팬데믹 시대에서 사법부의 고민은 거기에 있다. 대면이 필요한 사법부 기능의 대부분은 멈춰질 수밖에 없지만, 몇몇 필수적인 기능은 중단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확진 증가의 최대치를 일찍 맞이했고 현재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에 접어들었다. 법원은 몇 주간의 휴정기를 마쳤다. 현재, 일부 판사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몇몇 판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잡은 전자소송 시스템을 이용한 영상 재판을 실험하고 있다. 마스크의 기능은 제한적이지만, 전자 접수나 영상 재판 등 전자적 절차는 사법부의 핵심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균형 잡힌 조치로 보인다. 이런 전염병은 미래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사법부는 비슷한 상황에도 쓰일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법원에서 기술의 활용은 그 유형이나 사용 정도와 관계없이 피할 수 없는 해결책이 되어가고 있다.

전자적 절차는 법원의 접근성을 향상시킨다. 전자적 접근방법이 선택적이거나 추가적일 경우에는 그 공정성에 대한 문제점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법원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경우에는 재판의 공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자기 나라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전자소송을 통해 소를 제기하는데, 전자소송만이 유일한 방법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전자소송 시스템이 외국인에게 본인인증 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피고가 전자소송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면, 그 재판 자체가 공정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시설이나 지원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시스템 접근이 어렵다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 법정은 사람의 나이, 성별, 국적, 경제력, 사는 곳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사법부는 위급상황에 쓰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